Review/책2010. 12. 16. 22:24
죽은왕녀를위한파반느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박민규 (예담,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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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예쁜 그녀들 (http://dok.do/Jlc36I)이란 제목을 가진 칼럼을 통해서 알게 된 책이다. 소재와 상황이 맞물려 선택하게 됐고,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못 생긴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다. 못 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 글의 초점은 대부분 못 생긴 여자가 겪은 질시와 그로인해 그 여자가 안고 살아가는 상처들, 그리고 사랑(아니 삶 전체)에 있어서 소극적으로 변해버린 그녀의 삶에 맞춰있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과 요한의 대화를 통해서 작가는 작가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말하고 있었다. 한 인간이 살아가기에 사회란 곳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특히나 겉 모습이 평범하지 않은 범주에 속한다면 ..

인상깊었던 구절이 있어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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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열등감이란 

가지지 못했거나

 존재감이 없는 인간들의 몫이야. 알아? 추녀를 부끄러워하고 공격하는 건 대부분 추남들이야. 실은 자신의 부끄러움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인 거지. 안 그래도 다들 시시하게 보는데 자신이 더욱 시시해진다 생각을 하는 거라구, 실은 그 누구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데 말이야. 보잘것 없는 여자일수록 가난한 남자를 무시하는 것도 같은 이유야. 안 그래도 불안해 죽겠는데 더더욱 불안해 견딜 수 없기 때문이지. 보잘것없는 인간들의  세계는 그런거야. 보이기 위해, 보여지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봐줄수 없는 거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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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노예들에겐 노동이 전부였다.
하지만 현대의 노예들은 쇼핑까지 해야 한다.

 대학을 나와야 하고, 예뻐지기까지 해야 한다. 차를 사야 하고, 집을 사야 한다. 이런 내가, 대학을 가는 순간 세상의 평균은 또 한 치 높아진다. 이런 내가 차를 사는 순간에도... 하물며 집을 사게 된다면 세상의 평균은 또 그만큼 올라갈 것이다. 왜 몰랐을까, 나는 생각했다.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이 순간 세상의 평균은 올라간다. 누군가를 뒤쫓는 순간에도 세상의 평균은 그만큼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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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느낀점이 많았다.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삶 .. 그로인해 상처받고, 상처주는게 ..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다. 

하지만 책의 말미에 주인공들이 그렇듯,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간다. 아니 살아간다기 보다 .. 살아진다. 이 구절도 참 와 닿았다.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어떻게 어떻게 그냥 저냥 살아지는 것 .. 내가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작가가 이 책을 쓰게된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다고 한다. 작가의 아내가 어느날 "제가 아주 못생긴 여자라면 말이죠.. 그래도 절 사랑해줄 건가요?" 라는 물음을 던졌다고 한다. 그리고 작가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 했다고 한다. 작가 자신은 못 생긴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 결코 사랑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고 .. 
그리고 이 화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책 말미에 있는 작가의 말 제목 ..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 말기"

이 책의 전개는 참 독특했다. 대화와 대화와, 대화와 서술의 구분이 모호하다. 읽는데 지장은 없었지만, 독특했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은 의외의 반전이 있었다. 독자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는 두가지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기의 서술자가 바뀌는 형식으로 반전을 선사하다니 .. 신선했다. 

마무리를 하자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괜찮은 책이었다. 흔히 접하지 못 했던 서술방식도 괜찮았다. 틀을 깬다는 것 .. 글쓰기 방법/능력 중 하나가 아닐까? 마지막의 반전도 좋았던 부분이다.
책을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정리해서 많은 내용을 리뷰로 쓸수 있을 줄 알았는데 .. 책을 다 읽고 하루가 지난 지금 .. 여운이 흐릿해진다. 

Posted by yas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