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기타2009. 3. 14. 23:23
“내 개인으로서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왕성하게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아무리 길어야 15년밖에 남지 않았다. 영어 실력을 더 개선할 수는 있겠지만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는 없다. 나는 한국의 ‘내수시장’에서 활동하는 ‘지식소매상’으로 살 운명인 모양이다.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어릴 때부터 영어를 제대로 배우고 익혔더라면, 모국어만큼은 아니라도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영어를 읽고 이해하고 말하고 영어로 글을 쓸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한국 독자만이 아니라 세계시민들을 상대로 세계인이 관심을 가진 주제를 연구하고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었을 텐데.
두뇌가 한참 잘 돌아가던 젊은 시기에 보냈던 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정부를 규탄하는 유인물을 쓰고, 가치 있는 그 무엇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져버린 이런저런 조직을 만들고, 거리 시위와 집회를 여는 데 썼던 그 많은 밤과 낮. 그 시간들이 쌓여 오늘의 내가 되었다. 거기서 느끼고 배운 모든 것들이 사회생활과 공직 활동의 기초가 되었다. 그러나 지식인의 관점에서 보면 나는, 기초 훈련도 받지 않고 전장에 투입된 소년병과 같았다. 요행히 살아남아 지식소매상으로서 시장의 한 귀퉁이를 붙들고 있기는 하지만, 사회적·역사적으로 의미 있었던 젊은 날의 그 일들은 내 개인이 지식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함께 가져가버렸다.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아무렇게나 뒤엉켜버린 내 삶을 돌아보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다는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가슴 한편에 짙은 아쉬움이 남는 것만은 또 어쩔 수가 없다.
내가 만약 지금 대학에 들어가는 청년이라면 무엇을 할까? 학문을 하는 데 필요한 영어 실력을 기르고, 수학과 라틴어와 한문을 공부하고, 철학과 물리학 분야의 고전을 읽을 것이다. 우주와 세계의 질서, 국가와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데 필요한 지식 탐구의 도구를 풍부하게 갖추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다. 세계시민과 소통할 정신적·학술적·문화적 능력이 있는 지식인.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유시민의 신간 후불제 민주주의 중에서


/
imth형 블로그에서 펌.
반성하자.

'관심 >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윈도우 강제종료 후 블루스크린  (0) 2009.09.24
프리온??  (0) 2008.04.23
시계!  (0) 2007.09.04
Posted by yas00